기미·잡티·흑자는 같은 말이 아니다 — 공적 문서가 쓰는 이름과 쓰지 않는 이름
「잡티」는 질병분류에도 의학용어 사전에도 화장품법령에도 없는 말이고, 「기미」는 화장품법 시행규칙 조문에 이름이 적혀 있다. 네 단어가 공적 문서에서 어떻게 불리는지 다섯 층으로 대조했다.
한 줄 정의: 「기미」와 「주름」은 화장품법 시행규칙 조문에 이름이 적힌 말이고, 「잡티」와 「검버섯」은 질병분류·의학용어 사전·화장품법령 어디에도 없는 통칭이며, 「흑자」는 현행 표준 표기가 「흑색점」이다.
색소 이야기를 찾아 읽으면 같은 단어가 글마다 다른 것을 가리킨다. 「잡티」가 어떤 글에서는 여드름 자리에 남은 색소만 뜻하고, 어떤 글에서는 기미·주근깨·검버섯을 다 묶은 말이 되고, 또 어떤 글에서는 기미를 뺀 나머지가 된다. 읽는 사람이 헷갈리는 게 당연하다.
이 글은 어느 쪽이 맞다고 판정하지 않는다. 대신 그 말들이 공적 문서에서 어떻게 불리는지를 다섯 자리에서 확인해 나란히 놓았다. 질병분류, 의학용어 사전, 화장품법령, 식약처 표시·광고 지침, 그리고 식약처에 실제로 보고된 화장품 품목명이다.
질병분류가 쓰는 이름
현행 분류는 제9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통계청고시 제2025-299호, 시행 2026년 1월 1일)다. 색소 관련 항목은 L81과 L82에 있다.
| 코드 | 공식 한글 병명 | 영문 |
|---|---|---|
| L81.0 | 염증후과다색소침착 | Postinflammatory hyperpigmentation |
| L81.1 | 기미 | Chloasma / Melasma |
| L81.2 | 주근깨 | Freckles / Ephelis |
| L81.3 | 밀크커피색반점 | Cafe au lait spot |
| L81.4 | 기타 멜라닌과다색소침착 — 포함: 흑색점 | Lentigo |
| L81.7 | 색소성 자반피부병 | Pigmented purpuric dermatosis |
| L82 | 지루각화증 | Seborrhoeic keratosis |
여기서 갈리는 지점이 세 개다.
「기미」는 코드가 있다. L81.1이고 영문은 Chloasma, 색인의 다른 표기는 Melasma다.
「흑자」라는 표기는 색인에 없다. 같은 것을 가리키는 코드는 L81.4이고, 그 안에 포함어로 적힌 한글명은 「흑색점」이다. ㅎ 항목 선도어 576개를 훑으면 흑색점·흑피증·흑모설은 있고 흑자는 없다.
「잡티」와 「검버섯」은 색인에 없다. ㅈ 항목 선도어 672개 중 「잡」으로 시작하는 것은 「잡색 영아」와 「잡음」 둘뿐이고, ㄱ 항목 1,050개에서 「검」으로 시작하는 선도어는 검사·검상돌기결합체·검색·검진이고, 「검버섯」은 없다.
의학용어 사전이 쓰는 이름
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 사전과 『알기쉬운 의학용어풀이집』에서 같은 단어를 찾으면 이렇게 나온다.
| 찾은 말 | 사전이 적은 한글 |
|---|---|
| lentigo | 흑색점 (solar lentigo 일광흑색점, senile lentigo 노년흑색점) |
| melasma / chloasma | 기미 |
| seborrheic keratosis | 지루각화증, 기름흐름각화증 |
| 잡티 | 등재 없음 |
| 검버섯 | 등재 없음 |
「흑자(黑子)」는 옛 의협 사전 계열과 문헌에 남아 있다. 다발성 흑자 증후군 같은 병명에도 쓰인다. 사라진 말은 아니지만, 현행 용어집과 질병분류가 표준으로 적는 표기는 「흑색점」이다.
화장품법령이 쓰는 이름
화장품법 시행규칙 제2조가 기능성화장품의 범위를 정하는데, 색소·주름과 관련된 세 호의 조문은 이렇다.
- 피부에 멜라닌색소가 침착하는 것을 방지하여 기미ㆍ주근깨 등의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피부의 미백에 도움을 주는 기능을 가진 화장품
- 피부에 침착된 멜라닌색소의 색을 엷게 하여 피부의 미백에 도움을 주는 기능을 가진 화장품
- 피부에 탄력을 주어 피부의 주름을 완화 또는 개선하는 기능을 가진 화장품
법이 이름을 적은 말은 기미·주근깨·주름 셋이다. 잡티·흑자·검버섯은 화장품법령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기능성화장품 심사에 관한 규정 별표 4는 미백 제품의 효능·효과 문구를 「피부의 미백에 도움을 준다」로 제한한다. 이 고시와 「기능성화장품 기준 및 시험방법」 양쪽에서 「기미」와 「주근깨」는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규정이 쓰는 어휘는 「미백」 하나다.
표시·광고 지침에서는 같은 말이 두 칸에 나뉘어 있다
식약처 「화장품 표시·광고 관리 지침」(안내서-0086-07, 2025년 8월 14일)이 여기서 갈린다. 같은 단어가 금지표현 표와 실증대상 표에 각각 있다.
| 칸 | 적힌 표현 | 조건 |
|---|---|---|
| 별표 1 금지표현 (제13조 제1항 제1호 관련) | 기미, 주근깨(과색소침착증) | 질병을 진단·치료·경감·처치 또는 예방한다는 뜻으로 읽히는 표현. 단 별표 2에 해당하는 표현은 제외 |
| 별표 2 실증대상 | 기미, 주근깨 완화에 도움 | 미백 기능성화장품 심사(보고) 자료로 입증해야 쓸 수 있다 |
| 별표 1 금지표현 (기능성 관련) | 심사·보고하지 않은 제품에 미백, 화이트닝(whitening), 주름(링클, wrinkle) 개선 | 심사 또는 보고를 거치지 않았다면 쓸 수 없다 |
즉 「기미」라는 말 자체가 금지된 것은 아니고, 어떤 문장에 넣는지와 실증 자료가 있는지에 따라 갈린다. 「기미를 없앤다」는 첫 칸에 걸리고, 「기미·주근깨 완화에 도움」은 미백 기능성으로 심사나 보고를 받은 제품만 쓸 수 있다.
이 17쪽 지침 전체에서 「잡티」·「흑자」·「검버섯」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규정에 없는 말이라 금지표현 목록에도, 실증대상 목록에도 자리가 없다.
그런데 제품 이름에는 「잡티」가 있다
식약처에 보고된 화장품 품목 147,340건(2012년 4월부터 2026년 9월까지)의 이름을 세어 보면 이렇게 나온다.
| 품목명에 들어간 말 | 건수 | 147,340건 대비 |
|---|---|---|
| 화이트닝 | 4,930 | 3.35% |
| 브라이트닝 | 2,640 | 1.79% |
| 토닝 | 973 | 0.66% |
| 미백 | 786 | 0.53% |
| 주름 | 373 | 0.25% |
| 기미 | 270 | 0.18% |
| 잡티 | 254 | 0.17% |
| 멜라닌 | 37 | 0.03% |
| 색소침착 | 4 | 0.01% 미만 |
| 흑자 | 2 | 0.01% 미만 |
| 검버섯 | 0 | 0% |
| 주근깨 | 0 | 0% |
질병분류에 없는 「잡티」가 254건이고, 법이 조문에 이름을 적어 놓은 「주근깨」는 0건이다. 「검버섯」도 0건이다. 「흑자」 2건은 하나가 「흑 자두」로 읽히고 나머지 하나는 판정할 수 없어, 피부 병변을 뜻하는 용례는 사실상 없다.
「기미」 270건은 제품 이름에 그 말이 들어간 품목을 센 값이다. 「생기미스트」·「21세기미역」처럼 다른 말이 이어 붙은 이름은 뺐다. 그리고 이 숫자는 품목보고 명칭이지, 기능성화장품 심사나 보고를 받았는지와는 다른 값이다.
「잡티」 254건은 90개 업체, 「기미」 270건은 88개 업체에 흩어져 있다. 한두 곳의 작명 습관이 아니다.
「잡티」는 없던 말이 시장 어휘가 된 경우다
같은 데이터를 연도로 끊으면 이 말이 언제 들어왔는지가 보인다.
| 연도 | 전체 품목 | 기미 | 잡티 | 미백 | 화이트닝 | 브라이트닝 |
|---|---|---|---|---|---|---|
| 2013 | 7,952 | 3 | 0 | 96 | 756 | 129 |
| 2016 | 7,075 | 0 | 0 | 47 | 440 | 136 |
| 2019 | 10,110 | 7 | 7 | 41 | 319 | 145 |
| 2022 | 11,494 | 21 | 37 | 49 | 270 | 197 |
| 2024 | 14,577 | 39 | 65 | 72 | 295 | 298 |
| 2025 | 17,071 | 72 | 48 | 102 | 232 | 365 |
| 2026 (9월까지) | 14,653 | 53 | 34 | 65 | 141 | 269 |
2016년까지 0건이다. 2017년에 1건으로 처음 나타나 2024년 65건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화이트닝」은 2013년 756건에서 2025년 232건까지 줄고 「브라이트닝」은 129건에서 365건까지 늘어, 2024년에 두 말의 건수가 뒤집혔다(화이트닝 295 · 브라이트닝 298). 2026년은 9월까지 값이라 연간 값이 아니다. 규정이 정한 말은 그대로인데 시장에서 쓰는 말은 10년 사이에 이만큼 바뀌었다.
그래서 읽을 때 무엇을 보면 되나
용어가 갈리는 지점을 표로 정리하면 이렇다.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지가 그 뒤에 이어지는 말의 근거를 정한다.
| 상황 | 확인할 것 |
|---|---|
| 글이 「잡티」를 쓰고 있다 | 그 글이 잡티를 무엇으로 정의했는지 먼저 찾는다. 정의가 없으면 그 뒤의 구분도 근거가 없다 |
| 글이 「흑자」를 쓰고 있다 | 흑색점(L81.4)을 가리키는지, 다른 것을 가리키는지 문맥으로 확인한다 |
| 글이 「검버섯」과 「흑자」를 같은 것으로 쓴다 | 지루각화증(L82)과 흑색점(L81.4)은 다른 코드다. 같다고 쓴 근거가 있는지 본다 |
| 제품이 「미백」이라고 적혀 있다 | 기능성화장품 심사 또는 보고를 거친 제품만 쓸 수 있는 표현이다 |
| 제품이 「잡티」라고 적혀 있다 | 규정에 없는 말이라 금지표현도 실증대상도 아니다. 규정이 정한 범위를 뜻하지 않는다 |
| 글이 치료 효과를 단정한다 | 아래 코크란 결론과 대조한다 |
치료 효과를 다룬 연구는 어디까지 와 있나
기미 치료를 모아 검토한 코크란 리뷰(CD003583)는 20개 연구·2,125명·23개 치료를 묶었지만, 치료 방식이 서로 달라 통계적으로 합칠 수 없었다고 적는다. 저자 결론은 두 문장이다 — 연구의 질이 전반적으로 낮았고 가용한 치료가 충분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상을 명확히 정의하고 효과 지속 기간까지 보는 장기 무작위 대조시험이 필요하다.
치료법을 고르는 근거가 아직 그 단계라는 뜻이다. 그러니 「무엇에 효과가 있다」고 단정하는 글은 그 근거가 어디서 왔는지부터 봐야 한다.
그리고 어느 병변인지는 눈으로 가려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조직 검사로만 확실히 구분되는 경우가 있다고 보고된다. 이름이 어떻게 불리는지와 내 피부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다른 문제이고, 뒤쪽은 진료에서 가린다.
직접 확인하는 방법
- 질병분류 코드와 공식 한글 병명 — 통계 분류 포털이나 질병분류 정보센터에서 코드(L81, L82)로 찾는다
- 화장품법 시행규칙 제2조 —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조문을 직접 연다
- 제품이 기능성화장품 심사나 보고를 거쳤는지 — 의약품안전나라의 기능성화장품제품정보 화면에서 제품명으로 조회한다. 심사분과 보고분이 각각 다른 화면에 있고, 화면 자체에 심사·보고를 구분해 주는 표시 항목은 없다
자주 묻는 질문
「잡티」는 병명인가요?
아닙니다.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제9차 색인의 ㅈ 항목 672개에 「잡티」는 없고, 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 사전에도 없습니다. 통칭입니다. 그래서 글마다 가리키는 범위가 달라집니다.
「흑자」와 「흑색점」은 다른 건가요?
같은 것을 가리키는 두 표기입니다. KCD L81.4가 포함어로 적은 공식 한글명은 「흑색점」(lentigo)이고, 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 사전도 lentigo를 흑색점으로 적습니다. 「흑자」는 옛 사전과 문헌에 남아 있는 표기입니다.
「검버섯」은 무엇의 통칭인가요?
KCD L82 「지루각화증」(seborrhoeic keratosis)에 해당하는 것을 부르는 통칭입니다. 「검버섯」 자체는 질병분류 색인과 의학용어 사전 양쪽에 없습니다.
화장품이 「기미」라는 말을 쓸 수 있나요?
화장품법 시행규칙 제2조 제1호가 기능성화장품의 범위를 「기미ㆍ주근깨 등의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피부의 미백에 도움을 주는」으로 정하고 있어 법이 쓰는 말입니다. 다만 식약처 표시·광고 관리 지침은 「기미, 주근깨(과색소침착증)」를 금지표현으로 두고, 「기미, 주근깨 완화에 도움」만 미백 기능성화장품 심사(보고) 자료로 실증한 경우에 한해 예외로 둡니다.
기미 치료 효과에 관한 연구는 어느 수준인가요?
코크란 리뷰(CD003583)가 20개 연구·2,125명·23개 치료를 묶었지만 치료 방식이 서로 달라 통계적으로 합칠 수 없었다고 적습니다. 저자 결론은 연구의 질이 전반적으로 낮았고 가용한 치료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대상을 명확히 정의하고 효과 지속 기간까지 보는 장기 무작위 대조시험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치료법을 고르는 근거가 아직 그 단계라는 뜻입니다.